Woo-jin

Jung

Woo-jin Jung

조국을 사랑한 태권도인 정우진 – 6. 최홍희와 김운용

09/16/2000

 

“최홍희 총재는 민족주의자”

 

 

정우진 회장은 세계태권도연맹 계열 특히 김운용 세계태권도연맹 총재를 추종하는 사람들로부터 빨갱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의 활발한 남북한 태권도 교류활동은 세계태권도연맹 사람이 아닌 태권도인들로부터도 국제태권도연맹 사람이 아니냐는 오해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정우진 회장을 국제태권도연맹 사람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세계태권도연맹 사람이라고도 볼 수 없는 것이 그의 활동 폭을 보면 두 조직을 자유로이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여기서 한가지 말하자면 정우진 회장의 사무실에 가면 김운용 국기원 원장 명의로 되어 있는 국기원 8단 단증이 벽에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정 회장은 경기는 세계태권도연맹 룰로, 틀(품새)은 국제태권도연맹 것으로 하자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우진 회장은 세계태권도연맹과 국제태권도연맹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최홍희 국제태권도연맹 총재는 그를 특별히 신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군다나 그는 현재 북한에 건설되고 있는 태권도성전 건설추진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에 따르면 최홍희 총재는 사회주의자가 아닌 민족주의자다. 최 총재가 최근 일본에서 태권도 보급활동을 열심히 벌이는 이유도 다 민족주의적인 정서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총재는 왜놈들을 태극기 앞에 머리 숙이게 하는 것이 태권도 말고 무엇이 있는가?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최 총재와 정 회장이 함께 북한에 갔을 때 있었던 일이다. 어떤 사람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왜 최 총재님은 김일성 주석 뺏지를 달지 않느냐?”고 질문을 한 일이 있었다. 그에 대해 최 총재가 숟가락을 놓으며 “나는 여러분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러 왔소, 정치를 하러 온 것이 아니오”라고 말하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숟가락을 놓고 그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최홍희 총재가 북한에 태권도를 보급하고 친북적인 활동을 한다고 해서 요즘 젊은 태권도인들은 그를 아예 북한 사람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정우진 회장은 최 총재를 그저 태권도에 미친 한 민족주의자로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중립적인 위치, 또는 세계태권도연맹 쪽에서 최홍희 총재를 접촉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정우진 회장을 통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우선 정우진 회장과 최홍희 총재를 올바르게 이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 정우진 회장은 “태권도와 관련해서 북한과 교류하거나 협의할 일이 있는 사람은 최홍희 총재를 통하면 된다”고 말하면서 “그(최홍희 총재)를 태권도를 사랑하고 조국을 사랑하는 태권도인으로 보지 않고 그저 북한 태권도계에 영향력을 가진 친북 인사 정도로만 본다면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운용 총재는 물러나야”

 

 

평소에 정우진 회장은 세계태권도연맹 총재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물론 김 총재를 비판하는 사람이 비단 그뿐만이 아니지만 그 강도가 가장 강한 편에 속한다.

비판하는 내용은 다른 비판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태권도를 경기 위주로 발전시켜 태권도를 기형으로 만들었다는 것에서부터 30여년간 장기 독재를 해오면서 태권도를 김 총재의 사유물화 했다는 것 등이 모두 다른 비판자들과 비슷하다.

그러나 다른 비판자들과 그가 확연히 다른 점은 전혀 꾸밈이 없다는 것이다. 전혀 외교적인 수사를 달지 않고 내뱉는 말이 많아 기자들이 그대로 옮겨 적기가 곤란한 경우도 많을 정도다. 김운용 수령이니 국기원은 김운용 당이니 하는 표현은 양반이다.

정우진 회장은 태권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제 김운용 총재는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태권도를 위해서도 그렇고 김 총재 자신을 위해서도 백번 좋다는 것이다.

“김운용 총재는 지금 물러나야 해요. 조금이나마 힘이 남아 있을 때 물러나야 그게 김 총재에게도 좋아요. 태권도를 얼마나 많이 정치적으로 이용해먹었어요 그 사람이. 이제 세상이 변해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김 총재보고 할 말은 하잖아요. 지금 물러나야 해요.”

정우진 회장은 태권도의 경기화를 양복 입고 갓 쓴 꼴로 표현한다. 금메달리스트가 최고 대접을 받게 되면 단은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것이다. 장애인이 나갈 수도 없고 가정주부도 나갈 수 없는, 경기 중심으로 태권도를 발전시키면 결국 태권도는 힘세고 건장한 젊은 사람 그 중에서도 운동능력이 뛰어난 사람만이 하는 운동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최 총재와 김 총재를 태권도밖에 모르는 사람과 태권도를 이용해 영달을 누린 사람으로 각각 표현해 두 태권도 지도자에 대한 다른 시각을 숨김없이 보여줬다. 그가 이렇게 일부의 오해를 무릎 쓰면서까지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정치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해 준다.

많은 태권도 원로들이 그렇지만 그도 가까이서 지켜보니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순진무구하고 천진난만한 사고와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와 대화를 나눠본 사람들은 그의 생각에 대한 찬반의견을 떠나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 하나만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비록 사업가로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는 태권도가 앞으로 인류에 큰 공헌을 하게 될 것이라고 믿으며 우직하게 한 길을 걸어온 순수한 무도인으로서 우리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